피임약은 본질적으로 호르몬제입니다. 그리고 구강 내에서 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잇몸입니다.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요?
잇몸이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호르몬 수치가 변화하는 시기를 관찰하면 알 수 있습니다. 구강 위생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호르몬 수치가 변동되면 잇몸 질환의 유병률은 증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생리 기간 혹은 임신 기간에 발생하는 특이적인 잇몸 질환들이 있습니다.
임신 시 잇몸 질환에 대한 논문을 보면, 임신 자체가 잇몸 염증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염증이 있는 부위에서 치석, 플라그에 대한 잇몸 반응을 악화시킵니다. 특히 2기와 3기 때 그 심도가 증가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때로는 염증성 잇몸이 종양처럼 덩어리로 나타나기도 하며 이를 따로 ‘임신성 종양’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성호르몬은 잇몸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Periodontology 6th Edition 내용에 의하면 호르몬성 피임제는 임신 시와 유사한 기전으로 작은 부분적인 자극에 대한 잇몸 반응을 악화시킵니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 염증이 증가하거나, 잇몸 주머니에서의 치은열구액 유출을 증가시킵니다.
다행히, 단기적인 사용 시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기적인 사용이 아닌 1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 시에는 잇몸 조직 파괴 양상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주로 프로게스테론에 의한다고 합니다.
과거 논문에서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잇몸의 조직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잇몸 염증과 잇몸 질환의 위험인자로 보고되었습니다. 결국 잇몸 염증, 잇몸 증식증 등이 발생하거나 만성 잇몸 염증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임약과 잇몸 관계는 결국 이러한 호르몬에 의한 영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판되는 경구피임약의 사용기간과 사용법을 잘 준수하면 대체로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한 경구피임약 복용 여성과 치주 질환 관련성 연구에서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고용량으로 복합 경구피임약이 제조되었는데, 최근 시판되는 약은 호르몬 농도를 낮춘 저용량 호르몬제로, 잇몸의 염증 반응에 대한 영향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단, 한국치위생학회에서 발행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한국 여성과 치주 질환의 관련성 연구’에서도 복용 기간이 긴 경우에는 잇몸질환유병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으니 꼭 사용기간과 사용법을 준수해 주세요.
더불어, 호르몬제는 잇몸 염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기전이 훨씬 강하니 꼭 평소에 잇몸 케어에 신경 써 주세요.
피임약은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한 2, 3세대 피임약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4세대 피임약 등이 있습니다. 2, 3세대의 경우 구입이 편하지만 높은 빈도로 부작용이 발생 가능합니다. 꼭 피임약 구매 전에 전문의에게 관련 상담을 받으시고, 피임약의 장기 복용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잇몸도 신경 써서 관리해 주세요.
